[소석동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며


전광선 / 본지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19년 08월 18일(일) 12:52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국립 서울현충원과 신안군 하의도 김 전 대통령(DJ) 생가에서 열렸다. 그가 파란만장한 삶을 뒤로 하고 2009년 8월 18일 영면에 든 지 10년이 흘렀다.

정치인 김대중은 해방 후 한국의 첫 수평적 정권교체 주역이자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그러나 온갖 탄압과 박해,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다섯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헌신한 그의 인생은 한 정치인의 성공을 넘어 국민적 자존감의 성취라 할 만하다.

그는 일생동안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의 희망이 물결처럼 피어오르는 세상을 염원했다.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진행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일 갈등이 폭발하여 동북아 질서가 요동치는 요즘, 오늘의 난제가 그의 정치철학과 정책에서 해법의 영감을 찾게 한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한일관계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 DJ가 자신의 재임시절인 1998년 10월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를 직시하고 양국관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점은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문재인 정부로서는 DJ의 햇볕정책에 눈과 귀가 쏠린다. DJ가 재임시절 공을 들였던 햇볕정책은 대북 긴장완화, 남북 평화공존 정책으로, 2000년 6월 DJ의 방북 정상회담에 이은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결실을 봤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DJ의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제를 지향하며 북미대화를 촉진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긴장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DJ의 햇볕정책은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로 비단 한반도의 긴장완화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일본 등 이웃 국가와의 화해를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수상 사유를 명시였다. 그가 오부치 총리와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높이 산 것이다.

DJ는 일본의 식민지배 반성을 유도했으며 당대 여론의 압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문화 개방을 전격 단행했다. 미래지향적 공동선언은 양국관계의 지향을 포괄한 교과서라 불릴 만큼 다양한 분야의 실천과제를 망라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로 대표되는 우익 세력들이 발호하면서 양식 있는 자국민의 비판과 선배 현인들의 결심을 짓밟으면서 퇴보의 길을 걷고 있다.

생전에 DJ는 민주주의가 낙후하고 우경화하는 일본을 걱정하면서 동북아에서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의 이해가 교차하는 한국은 모든 국민이 외교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외교는 곧 생명이라는 판단이었다. 지금 우리는 운명을 좌우하는 외교를 지혜롭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외교분야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은 국민의정부 시절 남북교류를 언급하며 철의 실크로드와 압록강의 기적을 거론한 것과 겹친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일생을 보낸 그는 ‘행동하는 양심’을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서생의 문제의식만으론 안 되고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정세를 읽고 매번 도전에 직면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그는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았지만 역사적 장소에서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찾은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1994년 민주화 동지 문익환 목사의 빈소에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그는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는 일평생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했고,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큰 족적을 남겼다. 또한 반란 혐의로 무기징역과 17년형을 각각 선고받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은 용서와 화해의 결단이었다. 그의 정치철학처럼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가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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