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 달동안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실태를 특별점검한 결과, 조사대상 1천205곳(공공기관 333·지방공공기관 634·기타 공직유관단체 238) 가운데 910곳(75.5%)에서 비리가 드러났다.

이 가운데 중대 채용 비리는 182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부당청탁·부당지시 또는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있는 36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중대 과실이나 착오가 있었던 146건에 대해서는 징계·문책을 요구키로 했다. 수사 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모두 288명에 이른다.

적발된 비리 내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난장판이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점수가 나쁜데도 임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사장의 아들을 단기 계약직으로 입사시킨 뒤, 어물쩍 인턴사원으로 채용한 다음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관련 자격증이 없는데도 임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합격시키기도 했다. 면접일에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 추가로 면접기회를 줘서 선발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자기 사람을 뽑기 위해 경쟁자는 나이가 어려 이직 가능성이 높다는 황당한 이유로 탈락시켰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수년간 밤낮으로 준비를 해왔던 그 많은 청년을 우롱하고 짓밟는 중대범죄다.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은 공공기관에 만연한 채용비리는 구직자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주는 행위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채용 비리 관련자를 적발하고도 경징계인 ‘견책’을 내리거나 ‘불문경고’ 등 솜방망이 대응으로 일관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앞으로 관련 법을 정비해 취업 비리 관련자들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민형사상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내부 구성원들도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채용 비리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으며, 적발하더라도 그때 뿐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관장과 임원을 선임할 때 빈번한 낙하산 인사도 없애야 한다. 중앙과 지방 가리지 않고 선출직 단체장들은 산하 공공기관을 선거 전리품으로 간주해 낙하산 인사를 당연시 해왔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중간간부나 실무자들도 도덕적 불감증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공공기관의 사장과 임원의 선임부터 공정해야 해야 조직의 기강이 바로 선다. 경영 능력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성도 없이 권력에 줄을 대서 공기업의 중요 자리를 꿰차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공공기관의 비리는 5년후, 10년후에도 다시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