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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

이문수 / 본지 편집인 겸 사장

2019년 09월 08일(일) 12:38
광주·전남에서는 꽤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중앙일간지 ‘한겨레’의 일선 기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자사 편집국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 입사 7년차 이하 평기자 31명은 지난 6일 “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썼다. 이들은 “현재 한겨레 편집국은 곪을 대로 곪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한겨레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 법조팀 소속 강희철 기자는 ‘강희철의 법조외전’이라는 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강 기자는 지난 5일 “‘우병우 데자뷰’ 조국, 문 정부 5년사에 어떻게 기록될까”라는 제목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 후보자를 비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칼럼을 작성했다.

해당 기사는 데스크의 승인을 거쳐 이날 오후 4시15분 인터넷 한겨레에 출고됐다. 그러나 불과 4분만에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담당 데스크는 강 기자에게 “이 시기에 나갈 기사가 아니”라며 “기사를 무제한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기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조국 후보자를 비판하는 이 칼럼은 박용현 편집국장의 지시로 출고되자마자 삭제된 것이며, 현 정권 출범 이후 비판적 보도가 이런 식으로 대부분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담당 데스크는 해당 기사를 삭제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한겨레 논조와 맞지 않다. 둘째 한겨레의 조 후보자 보도 스탠스와 맞지 않다. 셋째 우병우는 민정수석으로 재임할 때 문제가 불거졌지만 조국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맞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강 기자는 구체적으로 칼럼의 어떤 부분이 맞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강 기자의 조국 보도가 출고되지 못한 건 처음이 아니다. 강 기자는 지난해 12월6일에도 ‘강희철의 법조외전’이라는 코너에서 “문 대통령의 조국 유임, 현명한 선택일까”라는 제목으로 비판 논조 칼럼을 작성했으나 기사는 출고되지 않았다.

이 사태에 한겨레 기자들은 편집회의방과 국장실 등에 대자보를 붙였다. 기자들은 대자보에서 “조국 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도 한겨레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문재인 정권에서 한겨레 칼날이 무뎌졌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 검증팀은 문재인 정권 1기 내각 이후 단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취재가 아닌 ‘감싸기’에 급급했다. 장관이 지명되면 TF를 꾸리고 검증에 나섰던 과거 정부와는 전혀 달랐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특히 “김태우 수사관 폭로로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사건 등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들은 타 언론에 견줘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취재해 보도했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이며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혹시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타사 기자들이 손발이 묶인 ‘한겨레’ 기자들을 공공연하게 조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로 참담한 일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더 이상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기자’의 이름으로 언론자유를 억누르겠다면 떠나라. 앞선 선배들처럼 청와대로, 여당으로 가라. 한겨레와 언론자유,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는 우리가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에 참여한 기자들은 정치와 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천명한 30년 전 한겨레의 창간사를 되새기면서 “우리는 오늘 한겨레의 존재 이유를, 저널리즘의 가치를 잃었다”고 성토했다.

한때는 정론 보도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았던 한겨레가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한겨레 고위 인사들은 ‘조국 후보자 보도 참사’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국민 앞에 상세히 밝히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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