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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DLF사태’ 은행 책임 밝혀야
2019년 08월 22일(목) 10:18
국내에서 무려 8천억원어치 이상 팔린 파생금융상품(DLF)이 심각한 원금손실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금융감독원은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와 판매한 은행, 상품 운용사를 대상으로 이달 중 합동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는 만기가 다가오는데 원금의 완전손실까지도 예상된다니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 책임은 법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있지만 금융 감독 당국은 은행들이 판매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지나치게 낙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일례로 우리은행이 지난 3∼5월에 판매한 DLF는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를 기초 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상품이다.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가 -0.2%(행사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4∼5%의 수익금을 준다. 반대로 금리가 행사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행사가격과 실제 금리 차이의 200배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독일 국채 금리가 최근 -0.684%로 떨어졌다. 행사가격과의 차이가 0.484%포인트나 된다. 투자자들은 이런 금리로 만기를 맞으면 96.8%의 원금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사실상 깡통이나 다름없다.

오는 9월 19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데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를 선호하는 수요가 몰려 당분간 채권 가격이 오르리라는 견해가 많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리는 더 떨어지고 투자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두 곳에서 유사한 상품을 8천억원가량 팔았고 KB국민은행이 252억원어치를, 유안타증권 등 3개 증권사가 74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해당 금융기관들은 먼저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국채 금리 흐름과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알렸는지 밝혀야 한다. 상품을 팔 때 손실 가능성 정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 설명했더라도 손실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수익 가능성을 부풀렸다면 이것 역시 불완전 판매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장에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국채 가격이 오르는 추세에서 금리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상품을 왜 팔았는지도 의문이다. 다른 은행들은 국채 금리연계형 상품이 리스크가 크다며 팔지 않았고, 앞서 비슷한 상품을 취급했던 한 은행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이유로 판매를 중단했다.

손실 규모가 커지는데도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환매를 유도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도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 쪽에 있다.

이번 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건은 2008년에 터진 키코 사태와 닮은 꼴이다. DLF가 국채 금리변동에 기초한 것이고, 키코는 환율 변동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수익률 상단은 정해져 있지만, 손실률은 무한정이라는 것도 똑같다.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 두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사실로 입증되면 5년 동안이나 소송이 이어졌던 키코 사태와 비슷한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이지만 만기가 4∼6개월인 단기 상품이라 일시적으로 여유 자금이 생긴 서민들도 투자했다. 그런 투자자들이 원금을 다 날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금감원은 명명백백한 사태 규명을 통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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