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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 성숙한 직장문화 첫걸음

전광선 / 본지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19년 07월 16일(화) 08:03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직장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대인관계’를 꼽는 경우가 많다. 업무가 힘든 건 그럭저럭 견딜만해도 직장 내 누군가와 사이가 안 좋거나, 직장 상사, 선배 등이 마음먹고 괴롭히면 그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직장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6일부터 발효됐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법률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병원에서 신임 간호사들에게 행해지던 ‘태움’ 관행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이슈로 떠올랐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 개정이 작년 말 이뤄졌다. 이제 이 법 시행으로 직장에서의 부당한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무 장소 변경과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이 법에서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천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첫 입법이니만큼 처벌을 앞세우기보다는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규율하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안 마련 이후 일선 사업장에서는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사규에 넣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취업규칙에는 △금지 대상 괴롭힘 행위 △예방 교육 △사건 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 조치 △가해자 제재 △재발 방지 조치 등이 기재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할 경우 노동 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괴롭힘을 자행했던 사람이라면 이제 이런 행위가 범법행위라는 점을 깨닫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업무 잘못에 대한 질책 수준을 넘어서는 욕설, 폭언, 모욕감을 주는 언사 등은 모두 문제가 된다. 사적인 심부름이나 업무시간 외 SNS를 통한 지시 등도 불가하다. 혹시라도 부하나 후배를 질책할 일이 있다면 정당한 언사나 지시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기 바란다.

상식이나 문화의 영역이던 사안이 법·제도의 영역으로 옮아간 것인 만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초기에는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현장에서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늦게 출근한 직원에게 부장이 “어제 또 술 먹었냐, 왜 늦었느냐”고 했을 때 부하 직원은 “내가 술을 먹든 말든 술 얘기는 왜 하나, 부장이 갑질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반면 부장은 “술 덜 깬 모습으로 나타나서 한마디 했다. 그런 질책도 하지 말라는 거냐”고 항변할 수 있다. 결국 이런 게 문제가 되면 직장 내 소통단절, 업무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법 시행의 궁극적 목적은 부당한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는 것이다. 그냥 놔두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부하·후배 직원들을 대하는 상사나 선배들이 많겠지만 그 정도를 벗어난 사람들도 있다. 비상식으로 인해 직장생활이 힘들어지는 건 부당하다. 개정법의 시행으로 성숙한 직장문화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기자이름 전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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