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으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의 반발이 거세자 18대 국회가 출범하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하자는 전제 하에 개헌 요구를 철회했다.

이후 이명박(MB) 정부 초기인 2009년 다시 개헌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MB는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라면서 개헌 논의를 묵살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물론 임기말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자 사태를 무마시키려 ‘개헌’을 이용하려 했으나, 애초 개헌에는 뜻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다시 개헌 논의가 활발해졌다.

하지만 정치권이 또 한 번 국민을 낙담시켰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을 상정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면서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국회가 5공화국 헌법 이후 31년 만에 발의된 개헌안을 단칼에 거부함으로써 개헌을 열망하는 민심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은 셈이다.

개헌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염원이다. 더욱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여야는 작년 5월 대선 당시 저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뿐 아니라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등.

하지만 야당은 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취급했다. 정부와 여당이 4년 연임 대통령중심제를 가지고 나오자 자유한국당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맞섰다. 개헌 시기를 놓고서도 여권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한국당은 분리 투표를 내세우며 반대했다.

야당들은 정부 개헌안을 거부한 명분으로 ‘개헌의 주체는 국회’라고 맞섰다. 하지만 개헌특위까지 만든 국회가 활동시한을 고작 한 달 남긴 시점에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만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에 개헌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대통령과 여당이 개헌안을 내놓아야 이를 토대로 여야 간 논의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그런데 정작 정부안이 나오자 180도 딴소리를 하는 것이다.

곪아 터진 대한민국을 바로잡으려면 국정운영의 틀을 확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개헌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구나 현 시점에서 개헌은 국민들의 오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